티스토리 뷰
올 한 해 개발과 관련해서 흥미가 없었다.
취업 이후에 이루고싶은 목표도 없었고, 쉬고싶다는 생각이 강했던거같다.
자연스레 개발을 안했고, 그로인해 특별히 이뤄낸 것도 별로 없다.
올 한해 제대로 매듭지은게 없고 실패만 가득했던거같다. 그럼에도 실패들을 기록해두고 다시는 반복하고싶지 않으니 회고록을 쓰기로 결심했다.
1년이 다되어가는 기간동안 의욕이 없으면서 실패한 일만 가득하니, 글 자체는 재미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21년도 회고를 시작한다.
1. 와장창..
작년 나는 첫 취업을 했다.
취업도 했고, 학생때 해보고싶었는데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못했던 개발 외의 활동들을 하나씩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피티도 받아보고, 개발 관련 공부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어봤다.
취준생때 했던 습관이 남았는지 어느순간 공부양이 조금씩 조금씩 늘고 있었고 20년도 9-10월쯤엔 취미활동이 줄어들고 취준때랑 비슷한 양의 개인공부를 하고있었다.
공부하는 양과 취미생활의 양을 조절하는건 어려웠고, 같이 병행하다보면 앞으로도 개발하는 시간이 결국엔 더 많아지지 않을까? 취미생활을 더 즐겨보고 싶다라는 생각과 함께 개발과 관련된 활동을 한번에 와장창 정리해버렸다..
2. 취미생활
21년도 첫 취미로 피아노를 선택했다.
태어나 처음 피아노를 배워보니 상상 이상으로 재밌었다. 레슨이 없는 날에도 회사가 끝나면 피아노를 쳤고 복습, 예습도 철저히했다.
혼자 연주하며 내 연주를 듣는 것도 재밌었고 초반이라 그런지 실력도 빨리늘고 재밌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다. 3개월 정도밖에 하지 않았지만 너무 재밌고 힐링이 되는 시간들이었다.
매년 롤을 하고있는데 항상 플레티넘까지밖에 찍지못했다. 개발을 조금만 하기로 결심했으니까 다이아까지 목표로 지금까지중에 게임 판수를 압도적으로 많이 채웠다. 그런데 오히려 골드로 강등당하고 친구들에게 놀림만 받았다..
온라인 게임만 해왔었던터라 콘솔게임도 구매해서 해보고싶었다.
문명을 사서 해봤는데 한 번 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가다보니 각잡고 해야해서 잘 안하게 되었다..
터모일이라는 석유캐는 게임도 했었는데 간단하고 재밌었다.
온라인 게임들과는 다른 매력들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랑 헬스장을 같이 끊고 친구의 도움을 받으면서 운동을 했다.
나름 열심히 했었는데 코로나로 헬스장에서 운동제한같은 것들이 생기면서 서서히 안가게 됐었다.
어렸을 때 부터 게임기를 가져보는게 소원이었었는데 연말에 닌텐도 OLED 모델을 구매했다.
겨울을 전기장판 안에서 게임기랑 보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해보니 정말 행복했다. 게임들도 생각했던거보다 훨씬 재밌었다.
게임도 많이하고, 운동도 적당히 했으며, 피아노라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돌아보면 정~말 많이 놀았다.
군대를 다녀온 뒤 항상 학교 공부, 알바, 취업 등으로 항상 마음이 조급했었는데 몇년치 놀 것을 한 번에 놀았다는 생각도 든다.
3. 사이드 프로젝트(1)
개발과 관련한 활동을 와장창 정리해버렸지만.. 그래도 한가지만이라도 하자..! 라고 생각하며 연초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나는 사이드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팀으로 진행한 것중에 미완성한 프로젝트가 거의 없었다.
약간 기능을 줄이거나 버그가 있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어떻게든 완성시키려고 노력했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도 완성시킬 자신이 있었고, 디자이너 한 분을 섭외해서 취준생 안드 2명 + 나, 서버 1명과 함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천천히 기획을 고도화하고 개발 구도를 잡으면서 새로운 것들도 공부해보고, 회사에서 새로 알게된 것들을 적용도 해봤다.
아키텍쳐에 대한 고민도 많이했고 당연한듯이 만들던 것들에 의문을 가지게되어서 당연한건 없이 이유있게 개발하려고 노력했다.
그만큼 공부는 많이 됐지만 시간이 오래걸렸고, 프로젝트 진행은 더뎠다.
기획했던 양은 많았고, 서버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꾸준히 작업해주는데 내가 속도를 못내니 프로젝트가 계속 쳐졌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iOS 개발자도 한명 섭외해서 확장하려했었는데, 내가 뭔가를 해낼 마음이 부족했던건 동일했고 결국 엄청난 무더위였던 올해 여름에 프로젝트가 터지고 말았다.
오래 진행해왔기도하고 너무 좋은 디자이너, 개발자들이랑 했기때문에 미안하고 마음이 안좋았다..
예전에 취업시기랑 겹쳐서 흐지부지되며 미완성된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정말 많이 반성했었고, 당시 디자이너에게 사과도 하면서 다시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미완성하지 말자는 다짐을 했었다.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되면서 터질꺼같을 때 이런 다짐을 상기하며 다시 안드로이드 스튜디오를 켰었는데 올해 개발과 관련한 목표가 없던 나는, 결국 프로젝트를 완성하지 못하고 끝이나버렸다.
다짐도 무너지고.. 프로젝트도 미완성하고...
4. 사이드 프로젝트(2)
하루살이 라는 가계부 앱을 작년에 만들었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다운로드수가 많이 나왔다.
다운로드 수가 많이 나오니까 굉장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고, 그 기분을 이어서 팀원들과 기능 보완 및 수정을 하기로 했다.
하루살이를 개발해내면서 컨디션을 되찾고 앞에 있던 사이드 프로젝트에 다시 완성을 목표로 도전해보고자 했다.
위젯을 만들기로해서 위젯에 처음 도전해봤는데 생각보다 난해하고 잘 안됐었다. 그래도 시간을 꽤 많이 쏟았는데 여기서도 마무리가 잘 안됐고, 회사일이 굉장히 바빠져서 야근을 계속 해야하는 상황이 되다보니 결국 여기서도 개같이 멸망..
여기서는 피쳐 하나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해서 결국 내가 한 작업물은 없는 수준이 되었다.
5. 가짜 개발자
테니스같이 취미활동으로 못해본게 아직 많았고 개발엔 목표가 없었다.
취미생활이 많아지고 재밌는만큼 개발에 시간을 쓰고싶지가 않았다.
거기다 회사에서 받는 업무를 수행하며 뭔가 만드는게 너무 어려웠다. 어떻게 만들지 감이 안잡힐 때도 많았고, 할 수 있을 것 같을 때 여러가지 고민을 하다보면 생각한거보다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
그러다보니 회사 일이 너무 재미가 없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들도 계속 매듭짓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보니 공부도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이루고싶은 목표도 딱히 없었다.
그러나 내 주변에는 취미가 개발인 사람들, 개발 이야기할 때 눈이 빛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개발의 아주 사소한 논점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끝의 끝까지 생각해서 대화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그들과 대화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개발을 정말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코로나로 아쉬우니 우리끼리 해커톤을 열어서 하자는 이야기를 했었다. 다들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고 좋아하는데 나는 올 한 해 제대로 매듭지은 일도 없고 실패 경험이 쌓여가며 지쳐있던터라 참여하고싶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개발에 열성적인 모습을 보면 나도 열심히 뭔가를 해내고싶다는 동기부여를 받곤했었는데 이번에는 극복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우울해졌었다.
회사 일도, 사이드 프로젝트도 다 제대로 못해내고 있었고, 주변 친구들을 보고 있자니 “나는 개발자랑은 거리가 먼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고나니 시간만 있으면 뭐든지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어졌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습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가슴이 답답했다.
예전 학생때부터 고민해왔던, 적성에 안맞는다는 생각이 또 들었고 기운이 안났다.
이 상황을 이겨보려고 업무에 조금 더 집중해보려고하거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았는데, 이미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있었고, 의욕을 제대로 내지 못해서 제대로 뭔가를 해내지 못했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며 더욱 자존감은 더 떨어졌다.
6. 그만두자
자존감이 잔뜩 떨어져있는 상태에서 회사 일이 마감이 굉장히 급한 상황이 됐다.
어떻게든 붙잡고 있던 개인 공부관련 활동도, 취미생활도 최대한 정리하고 일을 했다.
그럼에도 회사 일은 계속 밀려가고, 같이 일하는 분은 엄청난 야근을 하고계셔서 눈치는 보이고, 마감시간은 계속 가까워지고..
그러던중 회사에서 11월 초에 멘탈이 펑 하고 터질만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과 함께 1년간 천천히 쌓여온 우울감들이 맞물리면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
정신 못차리게 울면서 개발자를 그만두자 라는 생각이 가득찼다.
우선 회사를 그만두고 어떤걸 할지 고민하자. 개발 말고 다른게 할게 없다면 휴식하면서 혼자 공부좀 하다가 돌아오자. 라는 생각이 들면서 반년에서 1년정도 쉬면서 뭘 할지 생각하고싶었다.
7. 해소
이 사건이 발생하기 바로 전 날 친구에게 내가 회사일과 관련해서 힘든게 있다면 회사 선배에게 상담받는 것이 좋다. 라는 조언을 받았었다.
누구보다 현재 상황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고, 이미 겪어본 일일 가능성도 높고, 도움도 직접적으로 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멘탈이 완전 나가서 울다가 좀 머리를 식히려고 머리를 감고있는데 친구의 이 조언이 떠올랐다. 바로 회사분께 상담을 요청했는데 정말 진심을 다해서 내 마음을 진정시켜주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는게 좋을지에 대한 조언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조언들을 받고 난 뒤 업무를 수행하는데 도움도 많이 됐고, 일이 뭔가 진척되기 시작했다.
커뮤니케이션에 관련한 피드백을 받았었는데,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정말 많은 개발자들이 이야기하고 나도 이미 알고있는 것이었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어려웠다.
어디까지 질문해도 괜찮은건지 지금 상대방의 시간을 너무 뺏는건 아닌건지, 아에 손도 못대서 뭘 질문해야할지도 모른다던지.. 등의 여러 고민들이 모이다보니 질문에 점점 소극적이게 되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건 좀 오바였나? 싶을 정도로 물어보고, 너무 과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은 그만하는 방식으로 할걸.. 이라는 생각도 든다.
정신이 좀 맑아지고나니 같이 일하는 페어님은 개발스킬이나 회사에서 있는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 여러가지를 대놓고 알려주려고 하시고 혼자서도 할 수 있게 실습(?)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시는게 느껴졌다.
이걸 눈치채지 못했었다니.. 페어님도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결국 페어님의 엄청난 활약으로 프로젝트는 마무리가 잘 되었다.
위로해준 친구들, 조언해준 선배, 페어님 모두에게 너무 감사하다.
8. 그래서?
1년 내내 우울하다가 멘탈이 완전 박살나고나서 정신이 좀 들었다.
우울함에 갇혀서 주변에서 응원해주는 것도, 도움을 주는 것도 아무것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는게 조금 어이가 없었다.
물론 이런 상황 뒤에 극적인 성장이 있거나 내면으로 엄청나게 강해졌거나 하진 않았다.
항상 그래왔던거처럼 언젠가는 또 벽을 마주하고 고민할테니.. 그래도 속이 깨끗하게 비워지고나니 엄청 마음도 가볍고 정신도 똘망똘망해졌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회사 선배에게 상담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가득하다ㅎㅎ..
회사를 그만뒀으면 같은 상황이 다시 직면했을 때 이겨내지 못했었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곧 3년차로써 일하게 된다. 내가 취준생때 보던 3년차의 모습과 현재 내 모습을 보면,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지금의 나는 아는 것도 그다지 많지 않고 일도 척척해내고 있진 않으니까..
내가 올 한 해를 제대로 말아먹어서일까..? 아니면 다른 3년차도 그럴까..? 조금 궁금하기는 하다..
21년도를 시원~하게 말아먹었다보니 정신도 깨끗하고 의욕도 많이난다.
22년도는 21년도보다 개발자로써 알차게 보내보고싶다.
다른 3년차들과 비교해서가 아닌, 더이상 나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기 위해
직장인이 되고 난 뒤, 취준생때보다 더 공부하는 것도 억울하다기보다 앞으로는 필요에 의해서 스스로 찾아할꺼같고 그게 내 정신건강에도 더 좋을꺼같다.
물론 지금도 취준생때보다 더 공부를 많이 하고싶지는 않지만... 적당히 개발도 즐겨보고 다른 취미생활도 잘 즐겨볼 예정이다.
12월이 되고 개발 서적도 한 권 읽었고, 12월 한 달을 꾸준하게 운동해서 체지방율도 많이 떨어졌다.
일하느라고 못했던 컴포즈 코드랩도 다 마치고 컴포즈로 앱도 만들어보려고 한다.
2022년도에는 개발하고 있는 티가 조금은 날정도는 공부하고싶다.
목표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목표를 완성시킬 루틴을 만들어서 하나씩 진행하고 있고, 일을 크게 많이 벌이기보단 작은거를 제대로 매듭짓는 연습을 할 예정이다.
사실 회고록도 실패경험만 쓰다보니 쓰면서도 재미가 없어서 몇 번이나 그만쓰고싶었는데 그러면 22년도 망칠꺼같아서 끝까지 붙잡고 썼다.
9. 결말
개발을 정말 사랑하는 친구에게 고민을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형은 개발을 싫어하는게 눈에 보이거든? 내 주변에서 개발이 싫은 사람들은 그냥 싫어하고 말아. 돈벌려고 그냥 하는거지..
근데 형은 싫어하면서도 좋아하고싶어 해 그게 참 이상하다.
생각해보니 나는 개발을 좋아할 이유를 항상 찾았던거 같고, 그 이유를 찾지 못했었다.
이번에도 1년 내내 여러가지 고민을 해왔지만 아직도 개발을 왜 좋아하고싶은지는 모르겠다.
매년 개발에 대한 심적 위기가 오는게 개발을 좋아하는건 아닌거같아 그런거같긴하다.
내가 개발을 좋아하고싶은 이유를 찾는 것도 앞으로의 숙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느순간 자연스레 나도 개발이 너무 좋은 순간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글을 마친다.
+ 이렇게 글썼지만 저는 개발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회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카오 인턴십을 마치며 (5) | 2020.02.28 |
---|---|
[2019년 회고록] 공부하는 백수에서 취준생, 그리고 인턴이 될 때까지 (8) | 2019.12.31 |
2019 카카오 개발자 겨울 인턴십 합격 (8) | 2019.12.12 |
삼성 상시 역량 테스트 A+ 취득 (0) | 2019.09.11 |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 합격! (19) | 2019.07.01 |